현대에는 이명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명은 어떤 원인으로 발생할까요? 현재까지 알려진 가설들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감각 차단 모델(Sensory Deprivation Model)
우리 귀는 다양한 주파수의 소리를 듣습니다. 그런데 노화, 질병, 소음 노출 등으로 인해 특정 주파수 대역의 청각 세포가 손상되면 해당 주파수의 소리를 잘 듣지 못하게 됩니다. 이때 뇌는 손실된 소리 정보를 보상하기 위해 그 주파수 영역의 신호를 증폭시키려 합니다. 마치 어두운 방에 있을 때 눈이 빛에 더 민감해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할 수 있어요.
문제는 뇌가 지나치게 보상하다 보면 청각 신경이 과도하게 흥분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과활성화된 신경 신호가 이명으로 느껴진다는 게 감각 차단 모델의 핵심입니다. 즉, 듣지 못하는 주파수의 허깨비 소리를 만들어내는 거죠.
중추 이득 모델(Central Gain Model)
중추 이득 모델은 감각 차단 모델과 맥을 같이 합니다. 다만 뇌의 가소성에 좀 더 주목했다고 할 수 있어요. 가소성이란 뇌가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그 구조와 기능을 스스로 바꾸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 모델에 의하면, 청각 입력의 감소가 장기간 지속되면 뇌는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청각 중추의 이득(gain), 즉 신호 증폭률을 높입니다. 마치 볼륨을 키우는 것처럼요. 그런데 이득이 과도하게 올라가면서 청각 신경계가 불안정해지고, 결국 이명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동물 실험에서 특정 주파수 소리를 차단하자 그 주파수를 담당하는 청각 피질 영역이 과민해지고 자발적 신경 발화가 증가한 것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뇌가 입력 감소에 대한 보상 과정에서 과잉 반응을 보인 것이라 할 수 있겠죠.
이명 연관 신경활성 동기화 모델(Tinnitus-related Synchronized Neuronal Activity Model)
이 가설은 이명을 유발하는 것은 청각 신경의 과활성화 자체가 아니라 신경 발화 패턴의 변화라고 봅니다. 정상적으로는 청각 신경 세포들이 제각기 독립적으로 활동하지만, 와우 손상 등으로 인해 신경 세포들이 동기화되어 함께 발화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죠.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신호를 보내는 이상 활동이 이명의 실체라는 겁니다. 실제로 이명 환자의 뇌파 검사에서 청각 피질의 γ(감마)파 활성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것이 관찰되기도 했습니다.
체성 청각 상호작용 모델(Somatosensory-Auditory Interaction Model)
이명 환자들 중에는 턱, 목, 어깨 등에 문제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체성 청각 상호작용 모델은 이러한 체성감각계(몸 감각을 전달하는 신경계)의 이상이 청각 시스템에 영향을 미쳐 이명을 유발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청각 신경과 체성감각 신경 사이에는 연결이 존재하는데, 턱관절 장애나 목 근육의 긴장 등으로 체성감각 신호가 과활성화되면 연계된 청각 신경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죠.
이명 순환 모델(Tinnitus Vicious Cycle Model)
이 모델은 이명의 지각과 반응이 악순환을 이룬다고 봅니다. 초기 이명이 생기면 환자는 그 소리에 불안과 스트레스를 느끼게 되고, 이는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켜 각성 상태를 높입니다. 높아진 각성은 이명에 대한 민감도를 더 높이고 불안감을 가중시키는데, 또다시 교감신경계를 자극하는 식으로 증상이 악화된다는 것이죠. 이 때문에 이명 치료에서 환자의 인지, 정서적 요인을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이렇듯 이명은 다양한 기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입니다. 순수하게 청각 시스템만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변화, 체성감각계, 정서 상태 등이 모두 영향을 미치기에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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